"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누군가가 죽기 전 남긴 이 한마디가 영화 내내 귓가를 맴돕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아주 진한 충격과 여운을 남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Memories of Matsuko)’입니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무섭고 우울한 이야기 같지만, 영화를 딱 틀어보면 디즈니 영화처럼 화려한 색감과 춤, 그리고 뮤지컬 노래들이 넘쳐나서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하지만 그 밝고 코믹한 연출 뒤에는 '사랑받고 싶었던 한 여자의 지독하게 슬프고 기구한 인생'이 숨겨져 있답니다. 배우 나카타니 미키가 주인공 '마츠코'를 맡아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었죠. 과연 그녀는 왜 '혐오스런' 사람으로 불리며 외롭게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그 눈부시게 슬픈 일생을 지금부터 들여다볼게요.

1. 줄거리: 사랑받고 싶었던 마츠코의 기구한 53년
영화는 도쿄에서 백수처럼 살고 있는 청년 쇼(에이타)에게 아버지가 찾아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네 고모(마츠코)가 죽었으니 유품을 정리해라"라는 부탁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낡은 아파트. 쇼는 그곳에서 이웃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라 불리며 살았던 고모의 흔적을 쫓으며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53년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죠.
원래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는 노래를 잘 부르고 착한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픈 여동생만 편애하는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 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죠. 그러다 반 학생인 '류 요이치'가 일으킨 절도 사건을 덮어주려다 자신이 누명을 쓰고 결국 학교에서 해고를 당합니다.
집을 뛰쳐나온 마츠코의 인생은 그때부터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천재 작가라 믿는 폭력적인 남자와 동거를 하지만 그는 "태어나서 죄송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기차에 치여 자살해 버리죠. 이후 유부남의 내연녀가 되었다가 버림받고,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게 되고, 기둥서방에게 돈을 뜯기다 그를 죽여 8년 동안 감옥살이까지 하게 됩니다.
출소 후 미용사로 새 출발을 하려던 마츠코.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과거 자신을 해고당하게 만들었던 그 제자(류 요이치)와 재회하게 됩니다. 야쿠자가 된 류는 또다시 마츠코를 때리고 괴롭히지만, 마츠코는 "맞아도 괜찮아, 혼자 있는 것보다 지옥이라도 둘이 있는 게 나아!"라며 그 끔찍한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집니다. 하지만 결국 류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버리죠.
철저하게 모든 사람에게 배신당한 마츠코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며 쓰레기장 같은 방에 갇혀 혼자만의 세계로 칩거해 버리고 맙니다. 과연 이 불쌍한 여자의 마지막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2. 관람포인트: 화려한 뮤지컬 뒤에 숨겨진 잔인한 비극
첫 번째 포인트: 디즈니 만화 같은 화려한 색감과 엇박자 연출
마츠코가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맞고, 살인을 저지르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영화는 톡톡 튀는 팝 음악과 화려한 뮤지컬, 꽃이 날리는 CG를 보여줍니다. 이 '현실은 시궁창인데 화면은 디즈니'인 극과 극의 언밸런스한 연출이 오히려 마츠코의 끔찍한 불행과 슬픔을 미친 듯이 극대화시킵니다. 관객들은 신나는 노래를 듣는데도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죠.
두 번째 포인트: 나카타니 미키의 신들린 1인 다역급 연기
착한 선생님에서 매춘부로, 살인자에서 미용사로, 그리고 결국엔 뒤뚱거리는 뚱뚱한 할머니의 모습까지. 나카타니 미키는 마츠코의 20대부터 50대까지의 처절한 변천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때마다 "왜?"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망하는 표정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잔상에 남습니다.
세 번째 포인트: 바보 같을 정도로 순도 100%였던 마츠코의 사랑
마츠코를 이용하고 버린 남자들은 쓰레기 같았지만, 마츠코의 사랑만큼은 늘 진심이었습니다. 몸이 망가지고 옥살이를 하면서도 항상 남자들을 위해 헌신했고, 늘 미소 지으려 했죠. 영화는 그녀를 '혐오스럽다'고 부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비웃듯, 사실 마츠코야말로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삶을 사랑한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듭니다.
3. 교훈 및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인생의 가치는 무엇을 받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주었는가에 있다."
영화 후반부, 고모의 씁쓸한 일생을 모두 알게 된 조카 쇼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아버지는 마츠코 고모의 삶이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신이 있다면 고모와 같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성공을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나',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나'로 평가합니다. 마츠코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완벽하게 실패한 인생이 맞습니다. 평생 남자들에게 사랑을 구걸했지만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쓰레기처럼 버려졌으니까요.
하지만 마츠코는 자신이 상처받고 짓밟힐지언정, 단 한 번도 사랑하는 일을 멈추거나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늘 바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100% 내어주었죠. 영화는 "내가 상처받을까 봐 사랑을 두려워하고 마음을 닫는 우리보다, 끝없이 상처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사랑을 주려 했던 마츠코가 훨씬 더 숭고하고 신성한 존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마츠코가 빈방에 들어서며 항상 슬프게 되뇌던 대사,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텅 빈 삶을 혼자 버텨내야 했던 마츠코의 외로운 인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와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마스터피스!
티슈 한 통 꽉 준비하시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오늘 밤 푹 빠져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