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으로 멸망한 세상, 거대한 뉴욕 도심 한가운데 오직 나와 강아지 한 마리만 남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2007년에 개봉한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기말) 장르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텅 빈 도시가 주는 압도적인 고독감과 윌 스미스의 미친 연기력 덕분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죠. 과연 뉴욕에 홀로 남은 이 남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생존기를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줄거리: 인류 멸망 후, 뉴욕에 홀로 남은 남자
영화의 시작은 아주 희망찬 뉴스 보도로 열립니다. 암을 완치할 수 있는 기적의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었죠. 하지만 그 기적은 곧 인류 최악의 재앙으로 변해버립니다. 바이러스가 끔찍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감염된 사람들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사람을 물어뜯는 괴물(변종 인류)로 만들어버렸거든요.
그로부터 3년 뒤인 2012년. 뉴욕에 살아남은 인간은 군의관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딱 한 명뿐입니다. 아내와 딸은 피난을 가던 중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네빌 곁에는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셰퍼드 강아지 '샘'만 남아있죠.
네빌의 하루는 늘 똑같습니다. 아침이 되면 샘과 함께 텅 빈 잡초 무성한 뉴욕 거리를 돌며 식량을 구하고, 혹시 모를 생존자가 있을까 봐 매일 라디오 방송으로 구조 메시지를 보냅니다.
"내 이름은 로버트 네빌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매일 밤, 철저하게 집의 문과 창문을 봉쇄하고 지하 실험실에 틀어박혀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연구에 몰두합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밤마다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네빌의 피를 노리는 괴물들이 배회하고 있죠.
어느 날, 네빌은 백신 실험을 위해 여자 괴물을 생포해 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괴물들의 우두머리가 끔찍하게 분노하게 되고, 네빌의 집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빌을 구하려던 사랑하는 강아지 샘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맙니다.
결국 자신의 손으로 유일한 가족이었던 샘의 목숨을 끊어야 했던 네빌. 모든 희망을 잃고 괴물들에게 자폭하듯 덤벼들던 찰나, 기적처럼 그의 방송을 듣고 찾아온 다른 생존자 안나와 이든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괴물들의 총공격은 이미 시작되었고, 네빌은 인류를 구원할 '치료제'를 지키기 위해 지하 연구실에서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됩니다.
2. 관람포인트: 윌 스미스의 1인극과 텅 빈 뉴욕
첫 번째 포인트: 소름 돋게 조용한 뉴욕 한복판
보통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차가 빵빵거리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잖아요? 이 영화는 그 복잡한 뉴욕 타임스퀘어를 잡초가 무성하고 사슴이 뛰어다니는 텅 빈 유령도시로 완벽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삐걱거리는 바람 소리와 네빌의 발소리만 들리는 이 엄청난 고독감이 영화 초반의 몰입감을 미친 듯이 끌어올립니다.
두 번째 포인트: 윌 스미스의 짠내 나는 '원맨쇼' 연기
영화의 3분의 2 이상은 윌 스미스 혼자 끌고 갑니다.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비디오 가게 마네킹한테 매일 인사를 건네고, 어느 날 마네킹 위치가 바뀌어있자 공포와 외로움에 미쳐서 총을 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진짜 소름이 돋아요. 특히 사랑하는 강아지 샘을 품에 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밥 말리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보는 사람마저 가슴을 찢어지게 만듭니다.
세 번째 포인트: 두 가지 버전의 결말 (극장판 vs 감독판)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결말이 두 개라는 점이에요! 극장판에서는 네빌이 안나와 이든을 피신시키고 수류탄을 터뜨려 괴물들과 함께 장렬하게 전사하는 '영웅'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반면, DVD에 수록된 감독판에서는 전혀 다른 결말이 나옵니다. 네빌이 생포했던 여자 괴물이 사실은 괴물 우두머리의 연인이었고, 우두머리가 그녀를 되찾기 위해 쳐들어왔다는 걸 네빌이 깨닫게 되죠. 괴물들도 그들만의 사랑과 사회가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은 네빌이 여자 괴물을 돌려주고, 안나 일행과 함께 살아서 떠나는 결말입니다.
3. 교훈 및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과연 누가 진짜 전설(괴물)일까?"
이 영화의 원작 소설과 감독판 결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충격적인 질문은 바로 제목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인류를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윌 스미스(네빌)가 영웅이자 '전설'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괴물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괴물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새로운 신인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낮만 되면 나타나서 자기 동족들을 납치해가고, 끔찍한 생체 실험을 하다가 죽여버리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밤의 종족이 된 그들에게는 오히려 혼자 남은 인간 '네빌'이 자신들을 사냥하는 '공포의 전설(괴물)'이었던 셈이죠.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가 절대적인 정의라고 믿는 것이,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폭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단순히 총 쏘고 좀비 때려잡는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가 아니라, 고독함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선악의 기준에 대해 아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오늘 밤, 불을 다 끄고 윌 스미스의 짠내 나는 뉴욕 생존기에 푹 빠져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