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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 스릴러 추천] 해고당한 가장의 미친 짓,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 줄거리 및 리뷰

by Chabiupda 202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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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아주 독특하고 섬뜩하게 풀어낸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2025년 9월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입니다.

이 영화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예요. 무엇보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염혜란 등 그야말로 '연기 괴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엄청난 화제를 모았죠. 특히 손예진 배우에 대해 박찬욱 감독이 "이병헌보다 훨씬 어려운 인물을 연기한 미묘한 표현의 대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답니다.

평범했던 회사원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벌이는 끔찍하고도 슬픈 생존기! 어떤 매력을 가진 영화인지 지금부터 쉽고 재미있게 들려드릴게요.

 

영화 '어쩔수가없다'

 

 

 

1. 줄거리: 벼랑 끝에 몰린 가장의 기상천외한 '살인 취업'

 


주인공 만수(이병헌)는 제지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성실하고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수도권의 예쁜 2층 주택에서 아내 미리(손예진), 중학생 아들, 유치원생 딸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이 단란하게 살고 있었죠. "다 이루었다"며 만족하던 삶.

그런데 회사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며 만수는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해고(구조조정)를 당하고 맙니다. 처음엔 금방 재취업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무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번번이 취업에 실패합니다. 생활비는 바닥나고, 은행 빚은 쌓여가며 단란했던 가정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죠.

절망에 빠진 만수는 머리를 굴려 기가 막힌(그리고 끔찍한) 꾀를 냅니다. 바로 유령 회사의 이름으로 '가짜 구인공고'를 내서 전국에 있는 제지 회사 경력자들의 이력서를 싹 모은 거예요. 그리고 그중에서 "나보다 스펙이 뛰어나 취업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을 딱 두 명 추려냅니다.

만수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소름 돋습니다. "저 사람들만 없어지면, 남은 자리엔 무조건 내가 뽑힐 수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예쁜 집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력서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 라이벌들을 한 명씩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우발적인 사고를 겪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만수는 끊임없이 혼잣말을 되뇝니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야..."

과연 만수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고 그토록 원하던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가 지키려던 가정은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요?

 

2. 관람포인트: 숨 막히는 블랙 코미디와 이병헌의 원맨쇼

 


첫 번째 포인트: 살인마가 된 평범한 아저씨, 이병헌의 '웃픈' 연기
영화에서 만수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화려하거나 멋진 액션이 절대 아닙니다. 총을 쏘거나 가스를 쓰려다 벌벌 떨고 어설프게 실수하는 모습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어딘가 짠하고 찌질한 웃음을 터지게 만들죠. 광기와 찌질함, 그리고 아빠로서의 절박함을 완벽하게 섞어낸 이병헌 배우의 미친 연기력은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두 번째 포인트: 박찬욱표 세련된 미장센과 엇박자 코미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화면 구성(미장센)과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툭툭 튀어나오는 다크한 코미디가 영화를 지루할 틈 없이 끌고 갑니다. 피가 튀는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기막힌 타이밍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이나, 만수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모순된 대사들은 관객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세 번째 포인트: 극을 꽉 채우는 조연들의 앙상블
남편을 챙기면서도 알 수 없는 미묘한 비밀을 품고 있는 손예진의 섬세한 연기는 물론,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염혜란 등 만수의 타깃(경쟁자)이 되거나 수사망을 좁혀오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습니다. 연기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쫀득한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3. 교훈 및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인간의 괴물 같은 이기심을 포장하는 한마디, '어쩔 수가 없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 만수가 끊임없이 읊조리는 "어쩔 수가 없다"라는 대사는 참 묘합니다.

만수가 라이벌들을 죽이는 것도, 회사가 하루아침에 만수를 자르는 것도, 심지어 주변 인물들이 저지르는 비윤리적인 행동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대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아주 잔혹한 현실을 꼬집습니다. 우리가 돈과 스펙,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사실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합법적인 연쇄 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영화 결말부, 만수가 마침내 원하던 직장을 얻고 평온한 표정으로 타자기 앞에 앉아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어.”라고 타이핑하는 장면은 엄청난 소름과 함께 씁쓸함을 남깁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영혼은 이미 살인으로 완벽하게 망가져 버렸으니까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
박찬욱 감독의 예리한 연출과 최고 배우들의 열연이 만난 '어쩔수가없다', 가족의 의미와 팍팍한 현대 사회의 경쟁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