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대한민국에서 그딴 건 없어! 내가 역사고, 내가 이 나라야!"
2017년에 개봉해 무려 5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더 킹'은 대한민국 권력의 민낯을 아주 신랄하고 유쾌하게 비꼬는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입니다.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스크린을 꽉 채우는 '수트핏 끝판왕' 조인성과 정우성이 만나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죠. 여기에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등 묵직한 조연들의 활약이 더해져 러닝타임 134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쫀쫀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정치 사건들을 배경으로, 폼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 벌이는 롤러코스터 같은 권력 쟁탈전! 대체 그들에게 권력이란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줄거리: 폼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권력의 단맛을 보다
영화의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삼류 건달 아버지를 둔 동네 양아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던 아버지가 젊은 검사에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아, 진짜 주먹보다 무서운 건 저 검사의 권력이구나!" 깨달음을 얻은 태수는 미친 듯이 공부에 매달려 마침내 원하던 검사가 되죠.
하지만 현실의 검사 생활은 태수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매일 산더미 같은 서류에 파묻혀 야근만 하는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태수에게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 찾아옵니다. 학교 선배인 양동철(배성우)이 그를 대한민국 검찰을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실세, 한강식(정우성) 부장검사 라인으로 이끌어준 겁니다.
한강식은 법과 정의 따위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사건을 조작하고 덮으며 진짜 '왕'처럼 군림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밑으로 들어간 태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폼나는' 권력의 맛을 보게 되죠. 고급 술집에서 파티를 즐기고, 펜트하우스에 살며 떵떵거리던 태수. 게다가 그의 고향 친구이자 조폭인 최두일(류준열)이 태수의 뒤를 봐주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까지 해냅니다.
하지만 권력의 꼭대기에서 영원히 내려오지 않을 것 같던 이들의 삶은,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위기에 몰린 한강식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며 태수와 두일을 잔인하게 버리고, 이 과정에서 두일마저 목숨을 잃고 말죠. 나락으로 떨어진 태수는 모든 것을 잃은 절망 속에서, 마침내 한강식을 무너뜨릴 기막힌 복수극을 계획하게 됩니다. 과연 태수는 진짜 세상의 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2. 관람포인트: 정우성x조인성의 화려한 춤사위와 류준열의 느와르
첫 번째 포인트: 현대사를 교묘하게 섞은 블랙 코미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실제 대한민국의 굵직한 정치사(대선 결과)에 따라 주인공들의 권력과 운명이 널뛰기한다는 점입니다. 대선 개표 방송을 보며 이기면 파티를 열고 지면 좌천당하는 정치 검찰들의 찌질한 밥그릇 싸움을 아주 시원하고 통쾌하게 풍자해 냅니다.
두 번째 포인트: "클론 빙의?" 잊을 수 없는 펜트하우스 댄스파티
'더 킹'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명장면! 바로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가 클론의 '난'에 맞춰 각 잡고 군무를 추는 장면입니다.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엄청난 권력자들이, 뒤에서는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속물처럼 놀고 있는지 아주 찰지게 보여주는 씬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죠.
세 번째 포인트: 류준열의 찐득한 느와르 우정
화려하고 능글맞은 정치 검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통 느와르의 묵직함을 담당하는 인물이 바로 조폭 최두일(류준열)입니다. 태수의 어두운 그림자를 자처하며 "내 뒤는 네가 지켜줘라. 네 뒤는 내가 봐줄 테니까"라며 의리를 지키는 두일의 모습은, 권력에 미쳐 서로를 배신하는 검사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훨씬 깊은 여운과 짠함을 남깁니다.
3. 교훈 및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권력 앞의 개가 될 것인가, 내 삶의 진짜 왕이 될 것인가"
영화 속 한강식(정우성)은 태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태수야, 안 보이니? 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 촌스럽게 정의 찾지 마. 역사의 옆에 붙어!"
한강식의 이 명대사는, 오직 1등만이 살아남는 이 각박한 경쟁 사회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밟고 올라가야 성공한다는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역사) 옆에 붙어 개처럼 꼬리를 흔들어야만 폼나게 살 수 있다는 끔찍한 세뇌죠.
하지만 태수는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겪고 바닥까지 추락한 뒤에야, 진짜 '왕'이 되는 방법은 부패한 권력에 기대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태수는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며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됐을 것 같아? 당선됐을까? 떨어졌을까? 그건 당신들이 결정하는 거야. 당신들이 이 나라의 왕이니까."
이 마지막 대사는 우리 모두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립니다. 아무리 권력자들이 자기들끼리 뭉쳐서 세상을 주무르는 것 같아도, 결국 그들을 심판하고 진짜 세상을 바꾸는 힘은 평범한 우리들(주권자)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부패한 권력의 민낯을 신나게 까발리며, 관객들에게 '진짜 왕은 바로 당신'이라는 뜨거운 메시지까지 던지는 영화 '더 킹'! 오늘 저녁 쫄깃한 권력의 롤러코스터에 한번 탑승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